냉정하고 이성적인 강림에게도 다정한 부분이 있을거야. 많은 영혼을 상대했던 터라 사람은 질려서 싫어할지 모르지만 동물에겐 따뜻할지도.
인남이 외출했다가 밤늦게 어디론가 가는 강림을 본거지. 강림이가 쉽게 잊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잖아. 잘생긴 강림이가 마음에 들었던 인남은 강림이를 기억하고 있었던거지.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걸까. 궁금했지만 집에 가야 하니까 호기심이 가득한 발걸음을 어렵게 되돌림. 그리고 집에 가서 갸웃대다가 하리에게 흘리는거야. 강림이를 봤다고.
지미는 당연히 언성이 높아지지. 이 늦은 시간에 초딩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거니까. 민중의 지팡이로서 그냥 간과할 수 없다며 거기가 어디냐고 다그치고 하리두리는 강림이 밤에 하는 일이 뭔지 아니까 부모님을 말리겠지. 심부름이겠거니 하면서. 지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지만 어찌어찌 마무리함.
이번에는 하리가 궁금해짐. 그 시각에 강림이는 대체 뭐하고 있었던 걸까. 하리 직접적으로 강림에게 물어보는데 강림이 대답을 회피하는 게 아닌가. 별일 아니야. 이러고 황급히 자리를 뜨니까 하리는 더 의심스러운거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논하다 보니 하리네는 강림의 밤산책에 대해 다 알게 되고 급기야 회의까지 열게 됨.
최강림은 그 시간에 대체 뭐하고 있었던 건가. 혀누는 대수롭지 않게 최강림이가 워낙 신출귀몰하니 그 시간에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잖아 했다가 하리에게 눈빛으로 욕 먹고. 다들 추측하는 와중에 리온이 그럼 우리 최강림을 미행해보자고 제안하는거지.
명목상 가은이네 집에서 자는 걸로 하고 가은이는 하리네서 자는 걸로 해서 밤에 모인 하리네. 리온이 강림이를 목격한 지점을 가리키며 저기가 맞지? 하고 묻는 와중에 강림이가 거기를 지나가는 거지. 아이들 몸을 숨기고 강림을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 그런데 강림이가 학교로 가는거야. 가볍게 몸을 날려 담장을 넘은 강림이 태연하게 안으로 사라져.
아이들 후다닥 따라서 넘는데 두리는 낙오. 혀누는 아슬아슬 세잎. 강림이 학교 건물을 끼고 돌아서 뒤로 들어가버리는 거지. 아이들이 강림이를 발견하고 뒤쫓아서 학교 건물 뒤로 들어가보지만 강림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저만 두고 가버렸다고 화내는 두리를 뒤로 다시 생각에 잠긴 하리네. 처음에는 장난과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진심이 되어버리고 말지.
또다시 모인 아이들. 이번에도 강림이는 어김없이 나타나고 아이들은 또 숨죽여서 뒤를 쫓아. 이번에는 아무 낙오없이 학교 안에 잡입 성공.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또 강림이를 놓친거야. 그 때 이상한 소리를 감지한 하리.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귀를 기울이지. 근데 소리가 발밑에서 들리는 거. 하리 얼른 고개를 내리니까 금색 불빛 두개가 딱 보이는 거.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를 뻔 한 걸 다행이 리온이 입을 막음.
놀란 가슴 진정하고 자세히 보니 금색 불빛은 다름아닌 고양이 눈. 학교안에 고양이가 있었구나 하고 놀라는 아이들. 아마 산이랑 이어져 있다보니 밤이 되면 고양이들이 내려오는 거 같음. 고양이와 인사하고 있는데 이 아가가 귀를 까딱까딱이더니 어디론가 슝 가버리는 게 아님? 강림이도 보이지 않고 더 추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포기하고 돌아가지. 다음을 기약하고.
다음 날 또 모여서 결의를 다지고. 이번에는 안 놓친다! 리온이는 완전 승부욕에 불타오름. 강림이는 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나타났고 목적지는 한결같이 학교였음. 패턴을 아는 아이들은 강림이를 앞질러서 매번 강림을 놓치는 지점에 잠복하지. 강림이가 코너를 돌아 모습을 드러내고 뭔가를 찾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려. 뭐하는 거지. 귀신이라도 붙었나. 그런 기운은 못 느꼈는데 이런저런 소곤거림이 이어지지.
그때 강림이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입 옆에 붙이더니 치즈야 하는 게 아니겠음??? 삼색아 까망아 하고 작게 그러면서도 확실히 들리게끔 부르는 거야. 풀숲이 바스락거리더니 고양이 너댓마리가 튀어나와 강림이 다리를 감고 얼굴을 부비지. 강림이가 카디건 안에서 자연스럽게 먹이를 꺼내 고양이들 앞에 놓아줘.
강림이에게 한 두번 얻어먹은 게 아닌 듯 고양이들 자연스럽게 밥그릇 찾아 머리 박고 흡입함. 식사중인 고양이들을 말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강림. 아이들은 놀라지. 최강림에게 저런 면이 있을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고양이들 강림이랑 매우 친한지 골골송도 부르고 손목에 꼬리를 감는다던가 몸을 밀착해 비벼대며 애교도 부려. 강림이도 그런 고양이가 아주 익숙해보이지.
아이들은 소기의 목적도 잊어버리고 넋을 놓고 그 모습를 지켜봄. /여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사람들에게 들킬지 몰라. 그래도 너희가 떠나기 전까지는 내가 돌봐줄게./ 고양이들은 강림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고롱고롱 소리를 내지. 그 모습이 낮의 냉랭함과 너무 상반되는 거야.
가은이 하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강림이가 따뜻한 건 너한테만 그런 줄 알았는데 동물들에게도 따뜻하구나/ 이러는데 또 초 치는 혀누. 그럼 구하리는 최강림에게 고양이랑 동급인가. 아님 그 보다 못한 거 아냐? 낄낄. 머리에 주먹만한 혹을 대롱대롱 사고야 말지. 하리는 속으로 역시 강림이는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흐뭇해함. 학교에서의 강림이는 예전보다는 따뜻하지만 그래도 냉기가 철철 흘러. 그런 강림이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하리 뿐이야.
복도에서 마주친 둘이 가볍게 대화를 하는데 하리가 문득 내다본 창밖에 뭔가 작은 움직임을 포착한거야. 하리가 들뜬 목소리로 치즈야! 하지. 강림이 크게 움찔해. 하리 아무것도 모르다는 해맑은 얼굴로 왜 그래? 하고 물으면 강림이 아무 대답 못하겠지. 그런데 치즈라니? 하고 물어보려고 하는데 목소리에 삑사리남.
하리는 생글웃으며 고양이를 치즈라고 부르던데? 이러는거야. 강림이 놀란 눈으로 하리 바라보고 하리는 뒤늦게 덧붙이지. 티비에서. 그제야 강림이 눈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고. 강림이 여유롭게 웃으면서 모든 고양이를 치즈라고 하는 거 아니라며 무늬와 색에 따라서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며 너무 능숙하게 설명하는거지.
지나치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안 드는 모양. 그런 강림을 지적하기 보다 살짝 들떠서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을 감상하느라 의식이 다른 세계에 가 있는 하리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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