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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백업

요리실습 썰

합반으로 요리실습하는 시간. 불 사용하는만큼 주의를 해야하는 수업이지. 각자 두건이랑 앞치마 착용하고 선생이 보여주는 시범 잘 기억해뒀다가 직접 해보는 거. 모르는 건 교과서 참고하라네. 메뉴는 바나나우유와 바나나 팬케이크. 그래선가 실습실 안에 단 내가 개쩔지.

준비당번이 선생이 나눠주는 재료분 받아서 자리로 돌아오고 하리조는 가은이랑 혀누까지 세명임. 실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하리 계량컵 눈금에 맞춰서 우유 담고 있는 동안 혀누가 바나나 벗기고 가은이가 썰어. 셋이 협동해서 과제 착실히 수행함.

앞에서 선생이 칼과 불 사용할 때는 꼭 조심하라고 일러주지. 주의를 오백번 줘도 요리실습엔 꼭 사고가 일어남. 교실 끝 실습대가 소란스럽더니 그 주위가 술렁대지. 그 중에 누구 하나가 선생님 여기 손 베였어요 하고 손을 들잖아. 선생이 후다닥 실습대로 가고 펑펑 우는 옆반 아이 모습이 보이지. 선생이 보건실 다녀올테니 모두 조용히 하고 만들고 있어. 선생이 실습실을 나가고 주위가 좀 정리되고 나서보니까 강림이 실습대였음.

강림이 그 소란 중에도 자리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음. 그래도 같은 조라고 다른 남자조원은 놀란 얼굴인데 강림인 너무 아무렇지 않은 거. 주변을 둘러싼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강림 평온하게 팬케이크 반죽을 젖기까지 함. 딱히 누가 다치든 신경 쓰지 않는 듯. 아예 관심이 없어 보임.

묵묵하게 케이크 반죽을 휘젖는 모습을 건너건너편에서 보던 하리는 혀누의 놀림에 정신을 차리지. 최강림 얼굴 뚫어지겠다. 케이크 만들면 갖다줄거야? 강리마아 내가 망드러써어~ 혀누가 하리 말투를 흉내내니 분노한 하리 혀누의 양 볼을 옆으로 쫘악 잡아당김. 똑같은 거 만들거든??? 다시 요리에 집중하는데 뭔가 찝찝하지.

강림인 내가 다쳐도 저럴까. 무심한 태도가 마음에 걸린 모양. 최강림 거리가 느껴진다는 말 들었을 때는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타인에게 심할 정도로 무관심한거야. 서운할 이유가 없는데 막 서운함이 몰려오는거지. 그렇다고 강림이가 다친 애 걱정하면서 괜찮냐고 하는 것도 불편함. 하리는 제가 생각해도 자신이 이해가 안돼. 이렇게 못됐고 심술맞은 생각을 하냐고 다그치며 생각을 털어내려고 고개를 막 젖는데 하리야!!! 가은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들지.

어? 하리가 가은이 쳐다보는데 그 순간 칼날이 손가락을 스침. 악!!! 하리가 단말마의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지지. 그리고 우당탕탕 소리가 나며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후라이팬이 바닥으로 떨어짐. 바짝 달궈진 후라이팬이 하리 다리 근처에 있지. 가은이 놀라 달려오는데 그거보다 더 빠르게 달려온 강림이.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하리 바로 옆에 딱 붙어 있는거야. 하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엄청 빠르게 거의 날아 오다시피 한 거. 넘어진 하리 다른 부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하리가 꼭 감싸쥔 손도 살피지. 손 빼서 보더니 미간에 주름이 빡 서지. 하리 일으켜 세우고 하리네 반장 찾아선 보건실 간다고 샘님 오면 전달하라는 말 남기고 하리 데리고 실습실 나가버림.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말 못하고 상황을 알아차렸을 땐 두 사람은 사라지고 없지. 하리 다친 손 뒤로 숨기면서 강림이에게 잡힌 팔 빼내 보려고 몸 뒤로 젖히고 브레이크 걸어보는데 강림이 끄덕도 안함. 자잠만! 강림아!! 최대한 당겨보는데 강림이 직진은 말릴 수가 없음.

그렇다고 뿌리칠 수도 없는 게 세게 잡은 건 아니지만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전해지거든. 하리 몇번 부르다가 강림이가 너무 단호하게 아무말 없이 가니까 하리도 포기함. 살짝 무섭기까지 해.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화난 거 처럼 느껴지지.

보건실에 도착하고 보니 아무도 없음. 샘님하고는 길이 엇갈린 듯. 하리 앉히고 익숙하게 약상자 뒤져서 연고 찾아내 야무지게 바르는데 그때까지 아무말도 안하는거야. 하리 제 손보다 강림이 안색 살피느라 정신 없음. 강림이는 하리 시선이 제게 꽂혀있는 거 알면서 묵묵히 연고만 펴바르고 반창고까지 감아줌.

뒷정리 할때까지도 대화가 없는 두 사람. 참다못한 하리가 입을 떼려는데 강림이가 먼저 선수침. 많이 다치진 않아 다행인데 조심해. 조그맣게 말하지. 드디어 강림이 목소리 들었다!! 하리 표정 조금 밝어지고. 다시 시무룩해짐. 너가 화난 줄 알았다는 풀 죽은 목소리에 강림이 목이 꺾일 것 같이 돌아감.

하리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림. 내가 화를?? 걱정은 됐지만 화는 안났는데. 하리에게 화 났다기 보다는 하리가 다쳤다는 거에서 빡치긴 했는데 그럼 그게 하리에게 화가 난 게 되나. 짧은 시간동안 강림이 뇌가 팽팽 돌아가지. 서랍장 닫고 하리맞은편에 앉음.

하리가 어색하게 큰 소리로 웃으면서 분위기 풀어보려는데 한번 가라앉은 공기가 쉽게 가벼워지지 않지. 치료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한 하리가 일어서려고 하는데 강림이는 하리 말이 신경 쓰인 듯. 화난 거 아냐. 그냥 네가 다친 게 싫어서. 쭈굴해져서 중얼대니까 하리 눈에 그게 너무 귀여워 보여서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아.

얼굴 살짝 붉어졌던 하리가 급하게 수습하면서 아무말이나 튀어나오는대로 하는데 지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름. 조원이 다쳤는데 무심한 모습보고 살짝 서운했는데 내가 다쳐도 저럴까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손이 베인 줄도 몰랐다고. 말을 마치고 실실 웃으며 고개를 드니 강림이가 하리를 빤히 보고 있지.

눈이 마주쳤는데 깜짝 놀란 하리와 다르게 강림이는 왠지 충격받은 느낌. 하리는 뭔가 말실수했나 걱정하지. 그럴 일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강림. 하리 웃으면서 그렇지? 항상 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오는 강림임을 알면서도 이런 사소한 일에 서운해하고 기뻐하는 자신이 좀 웃기고 민망하지.

강림이 반창고 붙인 하리 손 엄지로 살살 문지르면서 결국 화가 났던 건 하리가 아니라 하리가 다치기 전에 막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화가 났음을 깨닫지.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있었으면 손이 닿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텐데. 수행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강림.

최강림 구하리 소리 지르자마자 빛의 속도 날아갔다고, 애들이 소리에 반응하기도 전에 구하리 옆에 있었다며 어떻게 된거냐고 신기해하며 쑥덕대는 건 둘만 모르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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