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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백업

범 으르듯

* 챤님과 할로윈 합작입니다.

* 대대대ㅐㄷ대대 대지각입니다.

* 죄송합니다. 몸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몸이 열 개면 좋겠,)

* 햇님달님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기반으로 한 글입니다.

* 밑도 끝도 없으니 할로윈으로 즐겨주세요

  (할로윈도 지났는데 할로윈이래...)

 

 

 

+

 

 

늦은 밤, 하늘을 수놓은 것은 엇나간 영혼의 순례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자취도 없는 기운에 어린 영혼들이 기를 쓰고 따라붙었다, 허허벌판의 초입, 막 건물을 끼고 벌판에 들어섰을 때 그들의 시선을 이끈 것은 웬 짐승의 자태었다.

 

지상으로 툭 떨어진 견갑골은 볼품없기 짝이 없었다. 유심히 바라보던 시선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난 것은 신체를 통과하는 빛탓이었다. 불투명한 유리구슬처럼 신체를 통해 보이는 반대편 전경에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저희들이 본 것이 진짜가 아니길 바라며 전력으로 달렸다. 두려움보다는 귀찮음이 큰 이유다.

 

 

 

그거 알아? 우리 동네가 옛날엔 호랑이골이었대. 호랑이가 사람을 다 잡아 먹어서 마을엔 호랑이 밖에 없었대. 어린 남매가 이웃 마을에 떡 팔러간 엄마를 기다리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뻔 한거지. 남매가 겨우 도망쳤는데 호랑이는 남매를 잡아먹으려 하다가 떨어져 죽어. 그게 수수밭인거야.

그거 햇님달님이잖아

...응?

 

 

 

"뭐야, 전래동화잖아."

"전래 동화 아닙니다. 제가 바로 그 호랑이니까요. 제 한을 풀어주세요."

 

하리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만 떠억 벌리고 있었다. 집채만한 호랑이가 어깨를 움츠리고 풀이 죽은 눈을 했다. 이런 일은 만화에서나 보던건데. 그나저나, 아! 역시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 때 못 본 줄 알았는데 봤구나, 봤어. 

그런데 느닷없이 한이 풀어달라니. 거절할까 하다가 마주친 호랑이의 눈빛이, 그 날카로운 이빨이 너무도 마음에 걸려서 급하게 둘러댄다는게 그만 지뢰를 밟아버렸다.



"그그런데 한이라니? 남매 잡아먹으려다 벌 받은 거 아냐?"

"아니 생각해보세요. 호랑이가 사람 잡아먹는게 잘못이에요? 호랑인데?"

 

듣고 보니 그렇네. 맹수가 동물을 잡아 먹는 게 잘못은 아니지. 원래 호랑이는 육식동물이니까. 게다가 사람도 동물이고.

 

"안 그렇습니까, 퇴마사님?"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는 거야?"

 

퇴마사라는 말에는 딱히 딴지에 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 아이들을 찾아주세요. 저에게 나쁜 호랑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한 그 아이들을 찾으면 제 한을 풀 수 있어요."

"그런데 동화 속 인물을 무슨 수로 찾아?"

"동화에 힌트가 있을 거에요."

"동화에?"

"네."

"근데 지금 동화책이 없는 걸."

"제가 가지고 있어요."

 

준비성 참 철저한 호랑이네. 호랑이가 내민 동화책을 받아든 하리가 미심쩍은 얼굴로 책장을 넘기자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와 하리를 집어 삼켰다. 동화책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으악! 어후, 엉덩이 아파. 이 호랑이 자식. 나가서 보자."

 

옷을 툭툭 털어난 하리가 주변을 둘러보니 보리나 쌀처럼 생긴 식물이 가득했다.

 

"여긴...."

 

아무래도 호랑이가 건네준 그 동화책 속인 듯 싶었다. 진짜 밭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그림같은 느낌이 아니겠지. 힌트가 여기있다고 했는데. 하리가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강한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어 손바닥을 눈썹 위에 걸치고 찔끔찔끔 보았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니 하늘엔 두 개의 천체가 있는데 바로 해와 달이었다.


"해, 하고 달?"

 

그 순간 새하얀 빛에 둘러 싸이고 질끈 감았던 눈을 떴을 때는 호랑이와 만났던 장소로 돌아와 있었다.

하리는 고민에 빠졌다. 호랑이가 말한 그 힌트라는 게 동화 어디에 있었다는 거지. 호랑이도 사라지고 없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식물이 가득했던 밭,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 아니, 그 전에 해와 달이 동시에 나올 수 있나? 그렇게 서로 가까이서 나란히 환하게?

 

"야, 김현우. 햇님달님 동화 내용이 어떻게 되냐?"

"햇님달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말이야?"

 

하리의 질문에 대답한 인물은 현우가 아닌 가은이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응.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가 나오는 그 동화."

"그거랑 햇님달님이 같은 이야기였어?"

 

현우도 처음 듣는 눈치였다. 가은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떡장사를 하며 어린 남매를 홀로 키우는 어머니가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랑이와 마주치고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고 해서 아이들 주려고 남겨놓은 떡을 호랑이에게 다 주고도 잡아 먹혔고, 호랑이는 잡아먹은 어머니로 변장해 오누이도 잡아 먹으려다 남매의 기지에 도리어 당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들어선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오누이가 하늘에 간절히 기도해 내려온 동앗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오빠는 해가 되고 동생은 달이 되었고, 호랑이는 썩은 동앗줄을 잡았다가 떨어져 죽었는데 그 곳이 수수밭이었다고 한다.


그럼 동화 속에서 봤던 그 식물이 수수인가 보다. 그럼 해와 달이 호랑이가 찾던 그 아이들인가.

 

"혹시 우리학교에 해랑 달이 들어가는 이름을 가진 애가 있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이야기였다. 그 속에는 설마 있겠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답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들렸다.

 

"있어. 우리 반에."

 

하리의 눈에 동그래졌다. 진짜야? 진짜 있다고? 강림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하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 남매야. 오빠는 광일이, 동생은 광월이. 그런데 그건 왜?"

 

그 호랑이 찐이었냐.

 

 

 

빠르게 지나쳐가는 나무들. 키 작은 풀이 발목에 자꾸만 감겼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 뒤를 맹추격하는 네 발 짐승.

 

"으아아악!"

"온다! 따라잡히겠어!"

"힘들어! 더는 못 뛰겠다고!"

"빨리!!! 빨리 뛰어!!"

 

칭얼대는 목소리에 앞서가던 아이가 계속 뒤처지는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달리기를 재촉했다. 하지만 검은 밤, 숲 속에서 네 발 달린 짐승을 인간이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간격은 빠르게 좁혀지고 짐승이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흐아아아아!!!!"

"사,살려주세여!!!"

 

서로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을 때,

 

"증장의 나무!"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땅속에서 나무가 뻗쳐 올라왔다. 짐승의 커다란 몸을 칭칭 감고 짐승은 그대로 나무 더미에 끌려갔다. 울음소리가 마치 비명 같았다.

 

검은 천자락이 나풀거리며 두 아이 앞에 섰다. 다리가 풀린 그들은 움직일 수도 없었다. 덜덜 떨던 아이들이 저만치 나무에 묶여 옴싹달싹도 못하고 버둥대는 짐승을 바라보다 안도감에 울음을 터트렸다.

 

옆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파른 산길을 뛰어오르는 모습이 머리에서 부터 천천히 드러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들 옆에 선 그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나무에 칭칭 감긴 짐승에 눈이 커졌다.

 

"너,넌!"

"아는 사이야?"

"응? 아, 그게...."

 

짐승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어 보이는 그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댔다.

 

"이상하네. 난 알려준 적 없는데...."

 

그 말 하나에 대충 정황을 파악한 검은 옷의 소년이 무기를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계약을 해서 그래."

"무슨 계약? 난 계약한 적 없는데."

"구두계약도 계약이야. 말에는 힘이 있어. 정식으로 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있어."

"그럼 뭐야. 나는 동의 하지도 않은 계약으로 날 이용한 거야?"

"동의 안 했다고 할 순 없지. 하리, 네가 찾아주기로 한거니까."

"아니. 난 찾아주겠다는 말 안했다니까."

"비슷한 말이라도? 들어주겠다던지. "

"동화 속 인물을 무슨 수로 찾냐고만 했는데...."

"뭐 받은 거 없어?"

".....어?"

 

뭔가 짐작가는 게 있어 보이는 눈치다. 일시정지된 하리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거야."

 

3,2,1, 땡. 정신을 차린 하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야! 이 양아치 호랑이야!! 어디 날 속여 먹어?"

 

하리는 금방이라도 호랑이의 멱을 딸 것 같았다.

 

"이 자식이! 도와주려고 했더니 감히 뒤통수를 쳐?!"

"진정해, 하리야."

 

호랑이에게 달려들기라도 할 기세로 펄펄 날뛰는 하리를 잡아 진정시키며 강림은 촛점이 나간 호랑이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응시했다.

 

"왜 영물이 인간을 해치려고 하는 거지?"

 

발버둥칠수록 나무가 더 조여들었다. 호랑이는 몸부림을 멈췄다. 텅 비어있던 눈구멍에 눈동자 형체가 서서히 떠올랐다. 정신을 차린 호랑이는 자신이 왜 나무와 묶여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하리를 발견한 호랑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들을 보았다. 호랑이가 다시 흉폭하게 변했다. 붙들고 있는 나무를 죄다 뜯어내고 사납게 뛰어왔다. 발이 디딘 땅은 다 파뒤집어져 있었다.

 

"크와아앙!"

 

울음소리를 천지를 흔들었다. 영혼의 울음소리여서 그런가 뇌수까지 흔들리는 느낌이어서 모두 두눈을 질끈 감고 충격에 고통을 호소하는 길 뿐이었다. 호랑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리와 강림이 뒤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두려움에 덜덜 떠는 두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금돼지, 소환!!"

 

모래구름이 가라앉자 호랑이를 막고 선 금색 그림자가 보였다. 꽤애애액 하는 소름 돋는 울음소리가 산을 뒤흔들었다. 호랑이와 막상막하로 대치하는 금색 짐승은 하리가 소환한 금돼지였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봐요, 호랑이! 정신 차려 봐!"

"크아아앙!!"

 

하리가 불러봤지만 호랑이는 더 크게 짖을 뿐이다.

 

"어떡하지. 소환시간이...."

 

하리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돼지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필사적으로 호랑이를 막고 있던 금돼지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마지막 힘을 써서 호랑이를 들어 던져버렸다. 고양잇과 동물답게 호랑이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착지했고 소환시간이 지나 금돼지가 사라진 지금 호랑이가 다시 공격해온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 하리가 덜덜 떠는 두 아이 앞을 막고 그런 하리 앞을 강림이 수신의 불로 무장한 검을 들고 섰다.

 

"다시 묻겠다. 영물인 네가 왜 인간을 공격하는거냐. 너라면 산신이 될 수도 있을텐데."

 

호랑이의 눈동자가 좀 전과 같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격은 해오지 않았다. 그저 서 있기만 할 뿐인데 그의 분노가 하리에게도 전해졌다.

 

"난 죄수라 산신이 될 수 없다. 성불조차 할 수 없어 이승을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리고 영혼마저 이승에 묶어둔 것이 바로 저것들이다!"

"어?"

"인간 아이야. 네 덕분에 내 오랜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저것들을 죽이고 이승을 떠나겠다!"

"하리야! 금비를 소환해! 호랑이는 내가 막을게."

 

강림이 다시 한번 부적을 꺼내 검을 휘둘렀다.

 

"지신의 분노!"

 

땅이 솟아 올라와 달려드는 호랑이 앞에 벽을 만들었다. 갑자기 산 속으로 불려나온 금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다 토벽에 막혀 으르렁대는 호랑이를 보고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이게 뭐꼬! 하고, 웬 호랑이가 여 있노."

"저 호랑이 햇님달님 동화에서 수수밭에 떨어져 죽은 호랑이래."

 

하리에게서 대충 설명은 들은 금비가 측은한 눈빛으로 버둥대는 호랑이 영혼을 바라보았다.

 

"하고 마. 그런 기가? 그래가, 여 아가들 죽이고 저승 갈라고? 안될낀데."

"안 될 거라니? 무슨 소리야, 금비야?"

"죄가 더 쌓이면 쌓이지. 이 아들이 쟈를 이승에 붙들어 매는 원인이 아이다. 그건 사고였지. 이 아들이 떨어지라고 줄을 자른거도 아이고. "

"아니! 난 알 수 있어!! 저 녀석들이 날 떨어뜨린 그 망할 남매라는 거!"

"참말이가? 호랑이 니 확신할 수 있나?"

"그래! 난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이어져 있다."

"그기 참말이면 이기는 인간이 아이라는 소린데?"

 

금비가 본질을 꿰뚫어 보듯 날카로운 눈으로 남매를 응시했다. 바들 떨고 있던 그들은 언제 안정을 찾았는지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있어 하리와 강림은 당황케 했다.

 

"....니들 정체가 뭐꼬?"

 

숨막히는 정적. 하리는 꼭 끌어안고 있는 남매를 바라보다 불현듯 뭔가를 떠올렸다. 그들의 얼굴에 동화 속에서 봤던 해와 달이 겹쳐졌다.

 

"그 동화. 설마...진짜 너희들?"

 

하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토벽이 부서지며 호랑이가 뛰쳐 들어왔다. 주변은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남매에게 달려들었다. 하리와 금비의 비명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숲을 찢어발겼다.

 

강림의 손이 약간 아주 약간 모자랐다. 쿵, 먼지구름 속에서 호랑이와 뭔가가 충돌했다. 그리고 찌이익,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안해, 호랑아.

 

쿨럭쿨럭 기침을 토해내는 하리의 귀에 누군가가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목소리를 정체를 추정하기도 전에 다른 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사라졌어. 그 아이들도, 호랑이도."

 

코와 입을 가렸던 팔을 내려보니 남매가 있던 곳이 텅 비어 있었다.

 

"....뭐지, 뭐야!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

"뭐라꼬? 여어 도깨비도 있는데! 도깨비도 홀리는 귀신이 있나?"

"....누가 더 쎄?"

"그건 뭘 묻는 기고? 그,그런 건 함부로 아는 기 아이다!"

"그럼 동화 속 귀신은?"

"응? 동화 속에 귀신이 어케 있나? 아, 귀신 나오는 동화 말이가?"

"아니, 동화 주인공이 귀신된 거."

"....언니야. 정신 단디 차리라. 눈 뜨고 자면 안 된대? 니 몬 소리 하는데!

"...그렇지? 내가 들어도 미친 소리 같아."

 

머리에서 증기를 내뿥으며 씩씩대는 금비를 달래며 제 헛소리에 스스로 질린 얼굴의 하리를 강림이 불렀다. 강림이 건넨 것은 어린이 전래 동화책이었다.

 

"그 쌍둥이가 있던 자리에 떨어져 있었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하리가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오누이가 동앗줄을 타고 올라가고 호랑이가 썩은 동앗줄을 들고 수수밭에 떨어진 장면에서는 책이 찢어져 있었다.

 

정확히 호랑이 그림 위에서 찢어진 책을 보며 하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귀신에 홀린 건가. 도깨비랑 친구 먹고 귀신도 매일 같이 보는데 그런 존재를 상대할 때보다 더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팔의 솜털이 오소소 돋고 기분이 두둥실 떠올랐다. 아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찝찝한 기분을 지우지 못하고 하루가 시작됐다. 학교에 와서도 도통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구겨진 얼굴에 사고뭉치들도 알아서 하리를 피해다녔다.

 

"하리야."

 

1교시가 시작되기 전 강림이 하리를 찾았다.

 

"강림아, 그 애들 말야."

"하리야."

 

강림의 어두워지는 낯빛에 하리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물어볼게 있었는데 강림의 얼굴에 입이 저절로 닫혔다.

 

"그 애들 사라졌어. 아무도 몰라. 기억에서 사라져 있어. 그러고보면 나도 기억이 흐릿해. 언제 어떻게 알게 된건지 전혀 모르겠어."

"강림이 넌 기억해?"

"응. 분명 쌍둥이에 남매고 우리 반인데...."

 

강림이 미간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이내 눈썹과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모르겠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야."

"이거랑 관련있는 걸까."

 

하리가 예의 동화책을 내밀었다. 강림의 눈매가 다시 날선 칼처럼 예리해졌다.

 

"아마도."

"뭐랄까. 홀린 기분이야. 되게 기분 나쁜 감각이다."

"그러게."

 

다시 처지기 시작하는 눈꼬리에 하리는 더 이상 우중충하게 있을 수 없었다. 질척거리고 끈적이는 기분을 지우고 활짝 웃었다.

 

"됐어. 이제 생각하지 말자."

 

싱긋 웃은 하리가 학급문고 빈자리에 동화책을 꽂아넣었다. 금방 시작종이 울리고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동화책을 꽂아둔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까르르, 캬릉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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